농업분야를 희생양으로?
농민신문 9/13 최준호 김상영 기자
한·미FTA협상서 공산품시장 개방확대 목적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 측의 섬유 등 공산품시장 개방 확대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 농업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어 농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6~9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 FTA 3차 본협상에서 우리 측 협상단은 “공산품시장을 일부 양보할 테니 농산물시장 개방 속도와 폭을 확대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감품목을 제외한 옥수수·밀·사료용 콩 등 비민감품목의 개방 속도를 앞당기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오는 10월23~27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4차 본협상 이전에 미국 쪽에 전달키로 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쌀을 지렛대 삼아 모든 농산물의 예외 없는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 농업분야 개방 폭은 비민감품목의 범위를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얼마 전까지 주요 농산물 30여개 품목을 개방에서 제외하거나 현행 관세를 유지하는 ‘예외적 취급’으로 분류했다며 농업계를 설득하던 정부가 막상 미국에 가서는 ‘농산물 양허안을 수정해 곧바로 보내겠다’고 꼬리를 내렸다”며 “이 같은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농산물시장을 양보해서라도 공산품시장을 얻어내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우리 측이 섬유분야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대가로 농업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농업계 내에 팽배하다”며 “한·미 양측이 올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농업분야를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미국과의 FTA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초 우리가 제시한 농산물 양허안보다 더 많은 품목의 개방 속도를 앞당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10월에 열릴 예정인 4차 협상에 맞춰 논 갈아엎기와 벼 적재 투쟁 등 한·미 FTA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