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지역 피해 극심 … 무더위와 가뭄 등 지속된 탓 분석
전체 감귤생산량과 가격 등에 적지않은 영향 미칠 것 예상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여름철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심각한 수준의 제주감귤 낙과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감귤 나무에 열린 열매 5개 중 1개가 떨어지는 수준으로, 전체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쳐 감귤 가격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주목된다.
26일 제주도 및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최근 감귤 농가에서 익지 않은 감귤이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껍질이 벌어지는 등의 열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율은 9월21일 기준 19.8%. 나무에 매달린 열매 5개 중 1개가 피해를 입고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해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21일 기준 제주시 피해율은 13%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피해 수준이 적은 정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귤의 주산지인 서귀포 지역은 피해율이 20.4%로 나타났고, 동부는 22.7%, 서부는 28.6%의 피해율을 보였다. 서부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각한 수준으로 열매 4개 중 1개 이상이 피해를 입은 꼴이다.
올해 피해율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감귤 피해는 9월26일 기준 8.2%로 집계됐었다. 올해는 피해가 이보다 2.4배 가량 더 큰 정도다.
올해 감귤 피해가 이처럼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날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여름철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었던 무더위가 나타난 데다, 이 무더위가 이례적으로 9월 중하순까지 지속되면서 감귤이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 무더위 속에 8월 최악의 가뭄까지 겹친 것이 감귤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올해 8월 제주의 강수일수는 6일에 불과했다. 지난 30년 동안의 8월 평균 강수일수 13.2일인데, 올해는 이 30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8월 한 달동안의 전체 강수량도 47㎜에 불과했다. 1942년 8월 13.2㎜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8월 강수량이었다.
무더위 속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감귤 나무에 공급될 수분이 부족했고, 이는 감귤 열매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감귤 열매가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9월 중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 수분을 흡수한 감귤열매가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미 가뭄의 영향으로 껍질 등이 약해진 상태에서 열매의 성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찢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더해 고온과 가뭄을 지나오면서 약해진 열매들이 썩으면서 결국 나무에서 대량으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A씨는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껍질이 손상되는 감귤이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며 "무더위와 가뭄 등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감귤 생산량이나 감귤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농업기술원 등에서 예측한 올해 감귤 전체 생산량은 40만8300톤이다. 하지만 A씨의 우려대로 최근 들어 피해가 커지고, 열매 5개 중 1개 꼴로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전체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업기술원 역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감귤 피해가 전체 생산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 피해로 인해 감귤의 전체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향후 감귤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가을 기상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남아 있는 감귤의 당도나 산도 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